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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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30일 남기고 너무 바보같다. 얘기 좀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이 안 좋았던 건 역시 감 때문이었을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감이 애매하게 좋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말이 새삼 와닿는다. 자판기 앞에서 친구 손에 얼굴을 묻고 울면서도 우는 내가 너무 싫었다. 멘탈이 약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 건 그게 맞는 말이라서, 그리고 나도 아는 말이고 내가 싫어하는 내 단점이라서. 나도 아는데 못 고치겠다는 말은 넌더리가 나지만 막상 내 단점과 한계를 보면 무너지고 만다. 울고싶지 않았는데 계속 울었고 애써 참다가 면학실 바닥에 웅크리고 엎드려서 울었다.
2
약았다고 생각한다. 힘들 상황이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더 힘들 쪽은 내가 아닌데도 나는 더 힘든 애가 된 채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걸 나도 알고 있었기에 어제 대화를 하며 힘들었던 거 같다. 다른 친구들은 걔네가 네 상황을 몰라서 그렇다며, 네가 그 일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고 병원에 다니면서 약까지 먹고 있다는 걸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거라고 하지만 나는 내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않았다. 나는 확실히 힘든 상황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아직까지는 내가 그 상황을 계속 파고들고 있는 게 맞다. 나에게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혼자의 힘으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병원까지 간 거였고 친구들에게도 계속 도움을 요청한 거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비록 힘들 상황일지라도 결국 내 편이 있다는 점. 내 편이 있고 남들이 보면 정반대의 처지로 보일 정도로 그 애와 나는 뒤집혀 있었다. 무슨 말을 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걔 입장에선 내가 병원을 다니고 있단 것마저 기만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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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된다. 나는 안 되겠다. 앞으론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고. 그래 맞는 말이지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지. 너무 당연한 말인데 조금이라도 나를 겁먹게 만드는 말들은 그대로 나를 무너뜨린다. 왜 나는 무너지지? 왜 나는 계속 우울하지? 왜 나는 계속 약자의 자리에 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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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 일요일에 먹은 누텔라 프라푸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