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61109

모레츠 2016. 11. 10. 00:03
 내 우울증이 많이 나아진 걸 느끼다가도 가끔 내가 우울한 걸 깨닫는 순간 겉잡을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고 나는 잠에 빠져 있었고 미국 대선 결과로 난리가 난 트위터는 침울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현실에서의 나는 그저 우울하게 몸을 말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 우울해지는 기분이나 조금이라도 심란한 일이 생기면 공황이 올까봐 겁나는 기분.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은 주에 나는 내 우울함을 굳이 숨기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건 날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이 나를 걱정하는 모습이나 주변 모습과 괴리감이 드리만치 우울함에 묶여 있는 내 모습은 거울로도 보고싶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거울을 보고 우울한 얼굴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래서 거울도 보지 않았다.
 우울증에 빼앗긴 내 모든 일상이 슬프다. 언제 뺏겼는지도 모른 채로 살아온 몇 년이 괴롭다. 우울증 진단 이후로 조금의 스트레스에도 예전보다 쉽게 무너지는 내 지금의 모습이 너무 싫다. 공부나 책 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 지겹고 걸핏하면 숨쉬기가 어려운 게 지긋지긋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데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은 괴로워지는게 싫다.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