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05
1
너무 우울해졌다. 사실 이게 우울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가 대학원에 가고 동생이 학원에 가고 혼자 집에 남으면 그 시간이 너무 무기력하다. 어릴 때부터 자주 있던 일인데 해가 떠있을 때까지는 괜찮은데 어스름이 지고 거실이 파래질 즈음엔 갑자기 너무 무기력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게 없는 것도 별로고. 혼자 있는 시간은 견디기 힘들다.
2
사실 지난 삼 주 가량을 버틴 건 병원에 갔다온 게 크다. 약효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내 마음의 짐을 누군가에게 완전히 털어놨다는 것과 내 괴로움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게 기분이 처지지 않게 해줬다. 근데 오늘 보건실에서 시험을 보고 피시방 가서 게임까지 세시간 가까이 하고 혼자 터덜터덜 집까지 걸어와 드러눕고 나니 갑자기 너무 우울해졌다. 우울하다고 해야할지 무기력하다고 해야할지.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이러고 사는 내가 너무 싫어졌다. 지금 이대로 죽어도 별 미련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우울했다.
3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날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친구들이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느낌이었고 그 붕 뜬 느낌 때문에 또 괴로워했다. 자꾸 혼자 벽을 쳤고 그래놓곤 소외감에 몸부림쳤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이 아닌 미래에 내가 대학생이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 그 때도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