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3
어제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1
오랜만에 누군가랑 싸웠다. 문자를 보고 잠시 사고가 정지된 기분이었다. 어쩜 저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같잖고 우스웠다.
남자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남자친구의 여사친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겠다. 걔 입장에선 내가 거슬린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내게 보여준 태도나 행동은 이해해줄 수 없다. 화가 많이 났지만 참았다. 친구 때문에 참았다. 하지만 친구가 나한테 보낸 문자를 보고 너무도 서운했고 실망했다. 걔는 당연히 여자친구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단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했다. 너랑 내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 얘기를 들은 I는 어린 티가 난다고 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걸 나한테 티내선 안 됐다고.
2
그 와중에 울면서 전화했을 때 A는 울면 끊겠다고 했고, 울음이 터진 내가 먼저 전화를 끊자 도로 전화해서 자꾸 울지 마라 했다.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주면 좋겠는데. 위로 받고 싶어서 전화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자꾸 충고를 해주니 너무 서운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인 걸 알기에 그 서운함이 크지도 않았다. 작년 S와의 관계와 비슷하다. S가 남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건 너무도 잘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S를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으면 S에게 위로 받고 싶었다. 큰 걸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투정 부릴 상대가 필요했던 거지. 여하간. A도 마찬가지다. S와는 다르게 나름 생각도 깊게 하고 남을 챙길 줄도 알지만, 어쨌거나 너무도 서툴다. 내가 울지 않기를 바라면 그런 식으로 너무도 서툰 위로를 던지진 말았어야지.
3
새벽에 혼자 울면서 캔맥주를 마시고 멍하게 게임했다. 그냥 하나의 관계가 파괴됐다는게 너무도 서러웠다.
4
어제 오늘 날인 건지. 낮까지만 해도 멀쩡히 잘 되던 컴퓨터가 갑자기 부팅 에러가 났다. No Boot device available? 당황해서 검색을 해봐도 나오는 게 없었고 어찌저찌 건들다가 안전모드로 재부팅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요즘 안 그래도 컴퓨터 상태가 안 좋아서 짜증났는데 이참에 초기화에 백업 좀 해야겠다 싶어서 외장 하드를 알아봤다. 안 그래도 요즘 돈 없는데. 삼촌한테 이십만원 용돈은 받았다지만 어제 신발 하나 십만원짜리 사버렸고. 추석 끝나고 사야 하나. 백업 할 게 뭐있지. 녹화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