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20
1
기숙사는 싫어하지만 기숙사에서 문득 깨어나는 새벽이나 아침은 좋아한다. 룸메들도 자고 있고 그저 나 혼자 예민함에 퍼뜩 깨는 순간들. 잠에서 막 깨 몽롱한 와중에 이불은 따뜻하고 룸메들은 세상 곤히 자고 있는데 커텐 사이론 햇빛이 은은히 들어오는. 그 평화로운 순간은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다.
2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처음 써 봤다. 나 같이 말 못하는 사람들한텐 너무 좋은 거 아닌가. 난청 때문에 목소리 크기 조절이 힘들 땐 차라리 글로 써서 주문을 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스타벅스가 확실히 이런 어플은 너무 좋은 거 같다. 오늘 먹은 건 소위 말하는 악마의 음료인 고디바 프라푸치노. 맨날 보기만 봤지 먹은 건 처음이다. 헤이즐넛 향을 안 좋아하는데도 달달하니 맛있게 먹었다.
3
오늘 첫 시험이었다. 일찍 올라가서 강의실에서 멍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시험 문제는 별로 변별력이 없었다. 과연 이걸로 점수를 어떻게 내려고 하시나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완벽하고 자신있게 쓰지는 못 했다. 어쨌거나 입실 30분만에 퇴실하고 친구랑 같이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갔다. 남아도는 게 시간인 기념 동교동 삼거리까지 버스 타고 가서 광역 버스를 탔는데 너무 편하게 왔다. 지하철 탔으면 아마 가방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타야했겠지. 12시 좀 넘어서 인천 도착했는데 이 시간에 집에 있는 게 너무 행복해서 내내 기분 좋게 집에 갔다.
4
이젠 엄마와의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 엄마랑 대화를 하면 할 수록 기분은 상하고 서로 싸우기만 한다. 우리 모녀는 사실 잘 맞았던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엄마가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 심해지는 거 같다. 가족과의 관계를 무조건 친밀하게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엄마는 거리가 필요한 모녀 관계다.
5
요즘 후각이 많이 예민해졌다. 어제는 칠판이랑 한참 먼 자리에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나는 보드마카 냄새에 코가 아파 입가를 가리고 있어야 했고 버스나 지하철에선 차라리 마스크를 쓰고 더운 숨을 쉰다. 스트레스랑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