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성격

모레츠 2017. 11. 6. 00:38

내 성격이 깊이 따지고 보면 좋은 성격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사실 자기 성격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하여튼 나는 그렇다. 내 성격의 단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힘들면 힘든 대로 다 티내야 하고, 과거에 얽매인 채 산다. 의심이 많은 주제에 의심스러운 사람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인 없이는 버티지 못한다.

 어쨌거나 이렇게 단점만 따지는게 내 주된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전화를 하면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 성격을 좋게 보는 사람들은 나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지. 정말로 말 그대로 '적당히' 친한 사람들은 내 성격을 굉장히 좋게 보았고 나를 편하게 여겼다. 편하게 대하는게 아니라 편하게 여겼다. 나와 그렇게 많이 가깝지 않으면서도 가정사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연락을 1년 이상 하지 않다가도 연락이 오고, 편하게 만나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항상 듣는 얘기 중에 하난 거 같다. 너랑은 진짜 십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도 전화하면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그게 내 주위에 그런 편한 사람이 많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친구는 그 반대라고 말했다. 네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성격인 거야. 유하고 담백하고.

 그래? 어쨌거나 내가 원하던 대로 됐네, 그 면은. 어릴 때 본 만화 주인공 성격이 딱 그랬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성격이 됐다면. 조금만 더 욕심 내서 내게도 여유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오늘은 전화하면서 말한 만큼. 내 좋은 점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