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친구 자취방에 갔다왔다. 약속 파토난 것 때문에 화나서 심박수가 110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친구 자취방에 가는 버스에선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 한강을 건널 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밤에 타는 버스는 특히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데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가서 더 마음이 평화로웠던 것도 있는 거 같다. 그냥 잔잔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와중에 A한텐 전화가 왔다. 사람 신경을 건드리려고 전화한 건지. 그래도 지딴엔 나를 걱정해주는 걸 알아서 괜찮았다. 사실 그렇게 전화오는 것조차도 반가우니 문제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대인 건 너무 안타깝지만.

 친구 자취방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워낙 짐이 없어서 그런 거 같긴 했지만 어쨌거나 잘 살고 있었다. 친구가 레몬 소주 타줘서 계속 마시고 맥주캔 들고 피시방에 갔다. 피시방에 갔다가 전화하는데 역시 술기운 때문인지 엉엉 울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서럽게 울었다. 너무 쪽팔릴 일인데도 술이 들어간 상태여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도 그리 부끄럽지 않다. 하긴 애초에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동네에서 그래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으니까.

 계속 그냥 울었다. 계속 웃으면서 달래주는데 그게 더 속상했다.


2

 여섯시 반 알람을 듣고 용케 일어났다. 사실 혼자 있었으면 절대 안일어났을 거 같은데 돼지가 빨리 씻으라고 재촉해대서 일어났다. 목이 타고 머리가 답답했다. 찬물에 머리를 감으니 좀 시원해서 괜찮았다. 돼지가 라면 끓여달래서 그거 끓여주고 먹는 거 봐줬더니 시간은 이미 지각이었다. 다행히 누가 또 대리출석을 해줘서 그냥 여유롭게 J랑 전화하면서 학교까지 갔다. 버스 서서 가기 싫어서 두 정류장을 뒤로 걸어갔다. 아침에 버스에 앉아서 한강을 건널 때 그 기분이 너무 오묘했다.


3

 

진짜 오랜만에 홍대. 모미모미 갔다가 버터밀크 갔다. 버터밀크는 계획에 없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웨이팅이 없는 걸 보고 배가 하나도 안 고팠는데도 그냥 들어갔다. 갈 때마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인 거 같다. 확실히 맛은 있었다. 도토리숲 가서 뒤집개까지 사주고 광역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너무 피곤했다. 집 오는 길엔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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