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와 버렸다. 버스에서 계속 눈물을 닦는 내내 앞에 서 있는 아저씨가 날 쳐다보는 걸 느꼈다. 정류장에 뛰쳐내린 후 벽을 짚고 울 때도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던 고등학생이 나를 계속 힐끔거리는 걸 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나였어도 묻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속은 계속 미식거렸고 숨 쉬는 건 힘들었다. 왜 나에겐 늘 적은 공기만이 허용될까. 왜 남들처럼 잘 버티지 못할까.

 친구가 택시비를 줄 테니 택시 타래서 택시 타고 학교에 갔다가 계속 토하고 잠만 잤다. 결국 1교시를 듣다 말고 기숙사로 갔다. 기숙사에 내려가는 길조차도 너무 힘들었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룸메들의 놀란 얼굴을 뒤로 하고 뻗어서 잤다. 자고 일어나니 속은 조금 진정 돼 있었지만 여전히 버스를 탈 자신은 없었다.

 하루가 너무도 이상하다. 공황발작. 거의 1년 만에 온 공황 발작. 나는 왜 불안할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왜 남들처럼 견디지 못하고 이렇게 미쳐버릴까.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1014  (0) 2017.10.14
171012  (0) 2017.10.12
171009  (0) 2017.10.09
절망적인 밤  (0) 2017.10.05
171004  (0) 2017.10.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