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 탔다.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친구랑 전화하면서 버스에 타 있다가 문자 온 거 보고 깜짝 놀랬다. J한테 바로 '야 나 상 탔대'하고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저런 공식적인 곳에 글을 낸 것도 처음이긴 한데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라 여러모로 얼떨떨했다. 그렇게 기뻐본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옛날에 좋아하던 아이돌 팬사인회 당첨됐을 때랑 기분이 비슷하다. 그렇게 격한 기쁨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그 순간의 말 그대로 짜릿한 감정은 일상에선 별로 느낄 일이 없는 거 같다. 그렇게까지 기쁠 일이 뭐가 있을까. 어쨌거나 버스 내릴 때까지 조금 들뜬 채로 왔다.
2
의정부는 처음 가봤다. 다른 친구들 사는 지역을 가보는 게 처음이라 되게 낯설었다. 고등학생 때까지와 달리 정말 다른 환경에서 살다 온 친구들이라 그 친구들 집에 가는 게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가서도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나와 전혀 다른 공간에서 살아왔음이 확 와닿았다. 다른 공간, 다른 환경, 다른 분위기.
3
사람은 생각보다 느끼는 게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어떤 애에 대해서 느낀 점을 나 뿐만 아니라 친구 역시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사람을 잘 파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사람이 풍기는 느낌에 대해선 얼추 맞는 거 같다. 물론 그 느낌만으로 남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나는 항상 그 애가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끼고 거기서부터 나오는 여유를 풍긴다고 생각했다. 근데 친구 역시도 똑같이 느꼈단 게 신기했따. 둘 다 말을 하지도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지만 같은 생각을 했구나. 굳이 우리 둘 뿐만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누군가를 판단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숨기고 있을 거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남들이 보는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초반에, 주변 친구들은 모두 내가 외로움을 타지 않고 혼자 있는 걸 굉장히 아무렇지 않아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때의 나는 그 반대였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용을 썼는데 그게 성공했구나 싶었다. 여하간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 때의 나는 많이 불안정했고 우울증도 심했었다. 그렇다면 여유가 어느 정도는 생긴 지금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별로 알고 싶지 않고 모르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조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