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억울하진 않다. 안 답답하고 안 속상하다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억울하진 않다. 다만 내가 남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점과 장본인들에겐 말을 한 마디도 듣지 않고 나를 가해자 프레임에 넣고 걔를 피해자로 봤다는 게 좀 속상하다. 잘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2
친구들한테 너무 고맙다. HJ가 준 편지를 읽으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공책 한 장도 꽉 못채운 분량인데 그 짧은 글솜씨로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하는게 너무 눈에 보였고 나를 위해주는 마음이 너무 잘 보였다. 고맙고 미안하고 미안하단 생각이 드는 것도 미안해서 계속 울었다. 다른 친구가 준 쪽지도 마찬가지였다.
3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자꾸 눈물은 나고 머리는 아프고.
4
확실히 병원을 갔다왔더니 좋아졌다. 원장선생님한테 얘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벌벌 떨었다. 나보고 지금 너는 화가 나야 하고 억울해야 하는게 정상 감정인데 오히려 자책을 하고 있다고 잘못됐다고 하셨다.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때문에 약 처방을 새로 받고 학교도 잠시 쉬기로 했다. 미술 치료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참 위로가 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에게 이야기를 듣는 건 확실히 또래에게 고민을 얘기했을 때와는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