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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엄마랑 포옹하고 그대로 누워있다가 오랜만에 대충이라도 화장을 하고 나갔다. 자전거까지 타고 가서 친구 만나고 오버워치 했는데 흠. 나는 게임 유저들의 욕설이 정말 너무 싫다. 아무튼 욕하는 놈한텐 나도 욕해주고 짜증내면서 게임하고 있었는데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자기 오늘은 좀 심란하다고 자기 좀 위로해달라는데 왠지 별로 안 좋은 예감이 들었고 가슴이 턱 막혔다. 예전 같았으면 누가 위로해달라고 했으면 바로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정말 내가 많이 몰렸고 지쳤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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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해지는 친구. 같이 있으면서 마음이 확 편해졌다. 병원 가서 통원 확인서 받고 얼반 가서 누텔라 프라푸치노 먹었다. 마음이 너무 편했다. 옆에서 친구는 모의고사 풀고 나는 계속 마음 편하게 핸드폰 하고 잡지도 읽고 편지도 썼다. 해가 금방 졌고 친구도 카페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수능도 얼마 안 남았지만 일요일마다 가서 공부하기로 했다. 나는 가서 그냥 편하게 수능완성 영어나 읽고 물리 오답이나 해야지 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편했다.
자리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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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일이 아닌데 눈물이 났다. 나한테 화가 난 게 아니란 걸 아는데도 눈물이 나고 내가 뭘 잘못한 거 같아서 약을 집어먹고 전화기를 붙잡고 울었다. 친구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달래주고. 계속 울다가 겨우 울음 그치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카톡이 와있었다. 미안하다고. 안 괜찮았지만 괜찮다고 했다. 나한테 화난게 아닌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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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분명 글을 잘 썼던 거 같은데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머리가 멍청해진게 글을 쓸 때 여과없이 드러난다. 나중에 내가 쓴 글이나 일기를 보다보면 문맥이 엉망이라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래도 손으로 쓸 때는 좀 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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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키보드를 샀는데 너무 기대된다. 쓰고싶은 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