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난 집 안에서도 부모님께 1순위였던 적이 없잖아. 장녀인데도. 그런 점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1순위로 여기고 필요로 해주면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거 같아. 나를 찾아주면 그걸로도 너무 좋아서 그 사람에게 다 해주고 싶은 거 같아.
-너랑 나는 느끼는 가정의 무게가 다르겠지.
-그렇지.
-이틀 전에는. 너무 힘드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네가 전에 했던 말 있잖아. 가까이 살면 달려가서 만나고 싶다고. 진짜 뭔지 알겠더라. 집이 좀이라도 가까웠으면 그냥 걸어가든 버스를 타든 해서 가서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더라.
-보고싶다.
-만날 수 있긴 해?
-2월에 보러 가야지. 내가 보고 싶으니까.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 내 성격을.
-좀 그렇긴 해. 나도 너랑 그냥 적당히 친했을 때, 아. 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네. 하여튼 그 때. 되게 편하다고 생각했어.
-음. 그냥 왜 있잖아. 진짜 가끔 연락하거든. 일년에 한 번 연락오고 그러는데 그런 식으로 연락오면 만나고 해도 되게 편한 애들. 그런 애들이 되게 많아. 내가 편하대. 남이 편하게 좋아해주는 거니까 좋은 거겠지?
-좋은 거지. 왜, 그. 인간관계를 시소에 비유하잖아. 그럼 너는 아래에 있는 거야. 언제든 네가 그냥 내릴 수 있는 거지.
-너 처음 봤을 때. 그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J가 저렇게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면 믿어도 되겠다고.
-편하게 대하는?
-어. J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편하게' 대하는 사람. 저런 애면 믿어도 되겠구나 싶었어. 그래서 얘기하다 보니까 성격도 좋고. 똑똑하고 야무지고. 그리고 얘기하면 할 수록 둘째랑 닮은 거 같더라고. 그러다보니 더 마음이 가고 챙겨주고 싶었고.
-아하하.
-진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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